문득 눈에 띈 다락방 종이상자엔 금세 바래버린 시간들이 담겨있는데 사거리 앞 허물어진 하얀 벽돌집 죽은 시간들은 다시금 또 잠깐 피어나 회중시계는 언제나 빙글 돌아가 다시 돌아가라 빌어봐도 늘 우리 동네 외진 공터 한구석에 깊게 땅을 파고 묻어두었던 잡동사니를 우릴 기다린 듯 오랫동안 변치 않은듯한 금세 파헤쳐 진 것들이 슬픈 이유는 왜일지 회중시계는 언제나 빙글 돌아가 다시 돌아가라 빌어봐도 늘 나는 언제나 왜 늘 빙긋 웃는지 언제나 가리려 한 고개 숙인 수줍은 미소를 너를 졸졸 쫓던 짧은 머리의 나 이젠 앞을 봐도 따를 게 없는데